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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나라 밖을 보라 하는데…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3-21 16:52

국제인종차별 철폐의 날

“같은 사람이 썼다고 해도 믿겠다” 21일 국제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맞이해 총리실과 제1야당 자유당공보실은 성명을 보내왔다. 여야가 각각 보내온 것인데, 서두가 똑같다.

총리실은 “1960년 오늘…”로 시작했고, 야당은 “1960년 3월21일에…”로 시작한다. 도입부는 모두 국제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원이 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샤프빌 학살(the Sharpeville Massacre)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당시 남아공의 인종분리정책(아파르헤이트) 반대에 나선 시위대를 향해 진압경찰이 발표했고 69명이 숨졌다. 이 발포는 세계인에게 충격을 주었고 1966년 UN에서 국제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제정한 기원이 됐다는 설명이다.

인권문제에 대해 캐나다가 얼마만한 노력을 기울였는가를 담은 전개 부분도 여야가 공통이다. 결론도 비슷하다. 여당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종차별 없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고, 야당은 “다양성의 가치를 믿는 캐나다인의 의식을 국외로 널리 떨쳐 차별 없는 세계에 기여해야 겠다”고 썼다.

이 가운데 캐나다 원주민의 대표기관인 대추장협의회는 21일 “캐나다에는 여전히 인종에 따른 분리법률이 집행되고 있다”며 원주민 보호구역을 정의한 인디언법(Indian Act) 철폐를 주장한 공문을 보내왔다. 원주민들은 보호구역에서 보호 받는 것이 아니라 저교육, 저임금, 저위생의 환경에서 미래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절규였다.

이저도르 데이(Day) 서펀트리버 추장은 캐나다 정부가 협약을 통해 보호구역이 아닌 일정 지역에 대한 자치권을 보장하는 캐나다 정부대 원주민 정부의 협약을 맺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추장협의회는 원주민 사상가 해롤드 카디널(Cardinal)의 말을 인용해 원주민을 식민 정책 하에 두지 말고 파트너로 대할 것을 촉구했다.

요즘 캐나다 정치인들 국외의 문제에 관심을 쓰느라 국내에 자라고 있는 불만을 잘 모르는지. 아니면 알고도 눙치고 넘어가는 듯 싶다. 실행 없는 프로파간다의 재탕, 철학 없는 이의 지도급 인사노릇, 명예욕이 심장인 허수아비 세우기… 정치의 나쁜 면은 어디를 가든 지독하게 닮았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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